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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뮤지컬 레 미제라블을 만든 클로드미셸 쇤베르그와 알랭 부브릴의 1989년 작품. 줄거리의 근간은 자코모 푸치니의 나비부인이며, 직접적으로 모티브가 된 것은 베트남 전쟁 후에 퍼진 한 장의 사진이었다고 한다. 베트남 출신의 어머니가 혼혈인 아이를 미국인 아버지에게로 보내며 헤어지는 장면을 찍은 것이었는데, 보다시피 나비부인과 비슷하다.

1989년 영국 런던 웨스트 엔드의 드루리 레인 극장에서 초연하었으며 1999년까지 10년 동안 공연되었고, 1991년부터 2001년까지 브로드웨이에서도 공연되었다. 이후 2014년에 웨스트 엔드 프린스 에드워드 극장에서 25주년 리바이벌 프로덕션이 다시 올라왔고, 9월 22일 25주년 기념 갈라 공연이 열렸다.

오페라의 유령, 레 미제라블, 캣츠와 함께 뮤지컬 Big 4로 유명하다. 주옥같은 넘버들과 굉장히 화려한 볼거리 덕분에 굉장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유명한 장면은 사이공 함락 장면의 헬리콥터 등장 장면과 엔지니어가 '아메리칸 드림'을 부를 때의 자유의 여신상과 캐딜락 장면.

웨스트엔드 초연 당시 킴 역할을 맡았던 레아 살롱가를 브로드웨이 넘사벽급 스타로 만들어 준 작품. 뮤지컬을 모르더라도 그녀가 참여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곡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그녀의 목소리는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2006년 초연하여 무명이었던 김보경을 스타로 만들어 준 작품이며 김보경의 킴에 대한 평이 매우 좋다. 김연아의 2007-2008 시즌 프리스케이팅 곡으로 이 뮤지컬 넘버들이 사용되었다. 2020년 기준 역사상 가장 흥행한 뮤지컬 7위를 기록하고 있다.

 

2. 줄거리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미 육군 크리스는 사이공의 한 클럽에서 전쟁 와중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베트남 소녀 킴을 만난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킴은 부모가 정해준 약혼자인 투이를 뒤로 한 채 크리스와 결혼한다. 하지만 전쟁이 막바지에 치달으며 미군은 다급히 철수를 결정한다. 크리스는 미국으로 떠나고, 킴은 크리스의 아이를 임신한 채로 혼자 남게 된다. 그리고 호찌민 정부가 들어선다.

킴은 미군에게 협조했다는 죄로 고난의 나날을 보내며 홀로 크리스의 아이 탬을 키운다. 어느 날 베트콩에 협력해 출세한 투이가 킴을 찾아와 탬을 죽이겠다고 협박하자 킴은 투이를 살해하고 방콕으로 탈출한다. 한편 킴이 죽은 줄로 알고 있던 크리스는 친구의 도움으로 아내와 함께 방콕으로 오게 되고, 킴과 재회했다. 킴은 탬을 데려가 달라고 요구하지만 크리스의 아내 엘렌은 탬의 나이가 걱정이 되어 그것을 거절하고 양육비만을 원조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아들의 미래를 막기 싫었던 킴은 아이를 미국으로 보내기 위해서 권총으로 자살한다.

결국 킴의 굳은 의지를 막을 수 없음을 알게 된 엘렌은 안타까움에 눈물을 훔치며 킴의 명복을 빌어주고 킴의 아들 탬을 아들처럼 돌보게 되었고 탬은 양모 엘렌의 도움으로 성장한다.

 

​3. 주요 등장인물

 

● 엔지니어

줄거리 요약에서도 일절 안 나오고 인물 자체도 얕게 보면 악역에 가깝고 깊게 보아도 (선하지 않고) 중립적인 인물이지만 이 뮤지컬에서 어엿한 진 주인공. 킴이 일하던 클럽의 매니저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기회주의자. 물론 북베트남이 승리한 후 쪽박을 찼다. 이름인 엔지니어도 당연히 본명은 아니고 별명인데, 클럽 매니저로 일하면서 주 고객들인 미군들이 지어줬거나 혹은 스스로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투이를 죽인 킴이 탬이 있으면 미국으로 갈 수 있다고 하자 협력해서 방콕으로 데리고 도망가기도 하고, 크리스와 만나는 끈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그가 부르는 곡의 멜로디는 굉장히 밝은 편이고, 극중에서도 주로 개그 캐릭터를 만나서 한번씩 관객들을 웃게 해준다. 레 미제라블의 테나르디에와 비슷한 포지션. 하지만 실제로 그 역시 전쟁의 피해자. 아빠는 프랑스인이었고, 엄마는 창녀. 엄마에게 손님을 물어다 주는 삐끼 생활을 전전했기 때문에 그에게는 순수하게 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가 부르는 넘버 "The American Dream" 역시 밝고 신나는 멜로디와는 대조되는 슬픈 가사 때문에 음원으로 들을 때는 잘 모르지만 공연장에 가서 들으면 굉장히 슬프고 씁쓸하다. 극 초반에는 돈이나 밝히고 미군에게 굽신대는 게 전부인 인물로 나오지만 알고 보면 굉장히 불쌍하다. 알고보면 엔지니어야 말로 1세대 부이도이라고 할 수 있다. 탬이 그대로 베트남에 남아있었다면 그의 미래가 이렇게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결국 미국에는 가지 못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물질만능주의와 아메리칸 드림의 허망함을 나타내는 인물. 그래도 태국에 정착해서 아마 태국의 바에서 삐끼로 사는 듯하다. 유흥업으로 어떻게든 적당히 돈 걱정 안 하고 사는 듯 하니 마냥 불행하지만은 않은 인물. 패전 직전 꽤 많은 돈을 번 것으로 보이는데, 이 돈을 클럽의 구석에 몰래 숨겨뒀다. 이후 탈출하면서 폐쇄된 클럽 건물에 몰래 들러 그 숨겨둔 돈을 찾아 들고 왔다. 나비부인에서 대칭되는 캐릭터가 없는 오리지널 캐릭터에 가깝다. 굳이 찾자면 초초상과 핑커튼을 이어줬던 중매쟁이 고로에 가깝겠지만 그보다 훨씬 입체적인 인물.

 

● 킴

부모를 잃은 베트남 소녀. 나비부인의 초초상 포지션. 전쟁고아가 되어 엔지니어가 하는 술집 "드림랜드"에 바걸로 들어가고, 크리스와 눈이 맞아 하룻밤을 보낸 뒤 결혼을 하고 아들 탬을 낳는다. 탬과 둘만 남겨진 뒤 약혼자 투이가 협박하고 애걸복걸해 보지만 그에게 돌아가지 않고, 화가 난 투이가 탬을 죽이려고 하자 투이를 총으로 살해한다. 그리고 크리스를 찾아 미국으로 가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만, 미국 땅은 밟지도 못하고 고생만 한다. 아들이 태어나게 해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니니 모든 걸 다 해주겠다고 하며 고생하고, 크리스와 엘렌이 아들을 미국으로 데려가지 않으려 하자, 내 아들의 인생은 내가 정하겠다고 권총으로 자살한다. 극 중에서 엔지니어와 더불어 가장 동정표를 얻는 인물인데, 답답하다는 평도 많다. 그래도 나비부인의 쵸쵸에 비하면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고생을 하면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인물로 적극적인 면모를 보인다.

 

● 크리스

미 육군으로 베트남 전쟁 참전자. 나비부인의 핑커튼 포지션. 남자 주인공이지만 겁 많고 마음이 약하며 고민이 지나치게 많다. 베트남 전쟁의 혼란 속에서 순수한 킴에게 반한다. 그러나 나중에 말하는 걸 들어보면 사랑보다는 동정에 더 가까웠다. 결국 미국으로 건너간 후에는 킴을 찾다가 안되니까 엘렌과 결혼해버린다. 킴의 부탁에도, 엘렌의 눈치를 보며 친아들 탬을 미국으로 데려가지 않으려 했다. 전쟁의 충격으로 인해서인지 PTSD를 앓고 있다는 묘사가 나온다.

유달리 우유부단하고 겁이 많은 성격 때문에 관객들에게 찌질이라는 인식을 많이 주었다. 하지만 배우의 해석에 따라서 동정표를 얻기도 하는 인물이다. 적어도 초연 때의 사이먼 보먼은 크리스를 천하의 나쁜놈으로 해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그 야리야리한 발성이 거슬리지만 듣다 보면 나름 매력적이라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엘렌과 함께 탬을 데리고 가서 사는데 탬에게 잘 해줬을지는 의문이다.

한국 공연에서 크리스 역을 맡았던 마이클 리는 뮤지컬 배우판 존박이라는 평도 들었다. 잘생긴 얼굴에 스탠퍼드 출신. 존박이 허스키한 저음이고 마이클 리가 미성에 고음으로, 음역대가 다르긴 하지만 보컬 음색 자체는 상당히 비슷하다. 2019년 현재도 한국 뮤지컬계와 브로드웨이는 물론, 팬텀싱어 등의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과 드라마 특별출연 등 여러 장르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배우.

 

● 투이

킴의 약혼자. 나비부인의 본조와 야마도리 공을 합친 듯한 포지션. 그리고 대사를 보았을 때 킴과는 먼 친척인 듯. 킴과 크리스의 결혼식에 난입했다가 쫓겨난다. 재등장했을 때는 월맹군의 정치장교. 나름 복수의 칼을 간 게 틀림없다. 킴을 차지하고 싶어 탬을 데리고 협박하다가 결국 킴의 손에 사망한다. 사실 25주년 기념 프로덕션 공연 전까지 악역으로 비추어졌던 역할. 25주념 기념 공연에 투이 역을 맡은 홍광호의 해석과 의견을 제작사 측에서 많이 받아줬다고 한다. 초연때에 비해 착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캐릭터로 대본이 좀 바뀌었다. 웨스트엔드 초연때만 해도 소유욕과 마초이즘으로 똘똘 뭉친 견공자제였으나, 바뀐 대본에서는 킴에 대한 순정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캐릭터로 보여진다.

그가 죽은 뒤에도 킴은 그를 무섭게 인식하고 있다. 킴의 악몽 속에서 '날 죽이고도 니가 멀쩡히 살거같냐, 크리스가 널 한 번 배신했는데 두 번 못하겠냐' 하면서 그녀에게 윽박지른다. 

 

● 엘렌

크리스의 부인. 나비부인의 케이트 포지션. 존과 더불어 작품 내 대인배 투탑을 담당하고 있다. 크리스가 미국으로 건너가서 킴의 실종과 PTSD 등으로 인해 괴로워 하고 있을 때 만났다. 잠자리에서 크리스가 악몽을 꿀 때마다 킴의 이름을 불러대는 바람에(…) 킴의 존재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크리스를 이해해 주기 위해 노력한다. 호텔에서 킴을 호텔 직원인 줄 착각했으나 그녀가 진실을 말하는 바람에 그녀의 존재를 부인할 수조차 없게 된다. 이 장면에서 그녀가 부르는 곡이 'Now that I've seen her'. 그녀의 내적 갈등이 섬세하게 잘 나타나 있다. 초연 당시 곡인 'Her or me'의 제목이나 가사가 그녀의 대인배적 풍모를 갉아먹는 느낌이 있는 반면, 'Now that I've seen her'의 가사는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갈등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네덜란드와 일본 프로덕션 한정으로 새 넘버 'Maybe'가 수록되어 있으며 2014년 웨스트엔드 리바이벌에서 처음으로 영어권 공연에 올랐다.

후반에는 크리스와 같이 탬을 방콕의 미국인 학교에 보내자고 합의하고, 그게 맞는 거라면서 합리화하여 존에게 한 소리를 듣지만, 결국 킴의 자살로 인해 탬을 데려간다. 마지막 장면에서 총소리가 났을 때 엄마가 죽는 모습을 보지 않게 하려고 탬의 눈을 가려주거나, 킴의 죽음에서 눈물을 훔치는 등 연적인데도 상당히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존

미군. 크리스의 친구. 나비부인의 샤플레스 포지션. 엘렌과 더불어 작품 내 대인배 담당. 오히려 1막에서는 맘에 드는 바걸을 데리고 어떻게 해볼 생각밖에 없었던 존이 2막에서는 양복을 차려입고 부이도이 재단을 차려서 관객 전원을 혼란에 빠뜨린다. 한국 초연에서 존 역을 맡았던 배우 이건명의 말에 따르면, 1막에서의 존보다는 2막에서의 존이 진짜 그의 모습에 더 가깝다고 한다. 

 

● 지지

드림랜드에서 일하는 여자. 초반부에 미스사이공으로 뽑히고 존에게 미국으로 데려가달라고 거절당한다. 나중에 투이를 죽인 킴과 엔지니어가 마주칠 때 같이 숨어있던 걸로 보인다.

 

● 탬

킴과 크리스의 원나잇으로 태어난 아들. 나비부인의 초초상과 핑커튼의 아이 포지션. 어린이라 작중엔 큰 비중이 없으나 최후반부, 친어머니 킴이 자신을 입양보내기 위해 자살하는 것을 보게 되나 엘렌이 눈을 가려준다. 

 

 

4. 한국계 배우들

 

한국인 배우 이소정이 1994년 브로드웨이에서 제 9대 킴 역할을 맡아서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레아 살롱가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연기했던 킴도 굉장히 호평을 받고 있다. 이소정 역시 한국인으로서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했다는 점 때문에 그녀의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게 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소정뿐 아니라 킴 역을 맡을 동양인 배우로 한국인 또는 한국계 배우들이 캐스트되는 경우가 있다. 네덜란드 프로덕션의 네덜란드 교포 전나영, 뉴질랜드 프로덕션의 뉴질랜드 교포 박지현, 미국 시카고 프로덕션의 신혜지 등이 해외에서 킴 역을 맡았다. 그 외에도 2007년 일본 프로덕션에서는 재일교포인 성선임이 킴 역을 맡아 열연했다.

2014년 영국 웨스트엔드 25주년 프로덕션에서 한국에서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맨 오브 라만차 등의 주연을 맡아온 뮤지컬 스타 홍광호가 투이 역을 맡았다. 한국에서도 가창력으로는 국내 최고라는 평을 익히 들어온 홍광호인지라 많은 호평을 받았고, 제작자 캐머런 매킨토시가 한국으로 돌려보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악역으로 많이 그려져왔던 투이라는 캐릭터에 진정성과 당위성을 불어넣은 것으로 크게 평가받고 있다. 해외팬들 사이에서는 킴이 왜 투이를 두고 크리스를 택하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할 정도. 그리고 홍광호의 뒤를 이어 투이를 맡은 배우는 다름아닌 위키드와 레 미제라블로 유명한 조상웅. 2015년 영국 웨스트엔드 프로덕션에서는 한국인 배우 김수하가 앙상블과 킴의 언더스터디를 맡았다. 이후 2016년은 일본 도호 주식회사 공연에서 킴역을 맡았다. 2016년 일본 공연에 존 역에 박민성이 캐스팅됐다.

 

 

포스팅 출처
namu.wiki/w/미스사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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