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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련

감히 누구 이름을 함부로 지껄여!

목이 아니라 턱을 부술걸

발로 짓이겨 혀를 찢을걸

그러면 그 주둥이에서

감히 그 이름은 못 나오지

내가 요물이면 저건 괴물이야

가문에 환장한 끔찍한 괴물

인간이 아닌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지.

내 가장 오래된 기억

날 뒤에 숨기던 언니의 모습

그리고 다가오는

그 여자의 그림자

휘두르는 손을 따라

공처럼 방을 쿵쿵 굴러

찢어지는 비명 따라

북처럼 가슴 쿵쿵 뛰었어

난 귀를 막은 채 웅크려 울고

당신은 편안히 자리에 앉아 책장을 넘겨

목이 아니라 턱을 부술걸

발로 짓이겨 혀를 찢을걸

그러면 그 주둥이에서

감히 그 이름은 못 나오지

당신은 언제나 말했어

죽은 듯이 침묵해라

그래야 예쁨을 받는단 그 말에

참 노력했었지

언니는 점점 시들어가

바보처럼 날 뒤에 숨기고서

미련하게 참고서 또 참았어

언니 제발 소리쳐 언니 제발

목이 아니라 턱을 부술걸

발로 짓이겨 혀를 찢을걸

저 괴물 입에서

장화 그 이름이 나올 수 없게

내가 요물이고 저게 괴물이면

여기 계시는 댁들은 뭘까

세상의 질서가 딱 하나

사랑으로 사는 거면

열여섯 소녀가

사랑 없이 죽어갈 때

당신들은 뭘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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