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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

이승과 저승 갈라지기 전

한 왕과 여인 있었네

사랑하던 두 사람은

부부의 연을 맺으려 했지

 

이때에 하늘 말하길

지금은 점지할 수 있는 아이가

오직 딸뿐이니

아들을 원한다면 혼인을 미루어라

 

하지만 하루가 천 년 같은

두 사람은 더 기다릴 수 없어

사랑 따라 혼인하여

세월 따라 일곱 딸을 낳았네

 

그런데 왕은 분노해 소리쳤네

또 딸이라니 저건 버려라

 

바리 월직차사 일직차사

버리어 버려지네

바리어 바리지네

버리어 버려진 딸

바리데기

 

바리

무엇이 사랑 버렸을까

저 멀리 사랑 바래지네

월직차사 일직차사

버리어 버려지네

바리어 바리지네

버리어 버려진 딸

바리데기

 

강림

15년의 세월이 흘러 버려진 아기는 소녀가 되었고

딸을 버린 왕은 천벌을 받아 병에 걸렸습니다.

왕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핏줄이 떠온 저승의 약수뿐.

그러나 그 누가 왕을 위해 저승을 건너가겠습니까?

모두에게 외면당한 왕은 그제서야 버린 딸을 찾기 시작합니다.

이 무렵 소녀는…

 

바리

뜨는 해, 지는 달 따라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

누가 나를 버린 걸까

아님 잃은 걸까

 

왜 버려졌을까

왜 잃어졌을까

나는 누구인가 무엇인가

원치 않던 생명일까

 

끊임없이 질문 또 질문

의심 또 의심

나의 피와 살은 어디서 왔나

답을, 제발 답을

누가 내게 답을 알려줘

 

버리어 버려지네

바리어 바리지네

버리어 버려진 딸

바리데기

 

월직차사 일직차사

비나이다 비나이다

왕을 구해주옵소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이 나라 구해주옵소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우릴 구해주옵소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공주님께 비나이다

 

강림

아버지를 만난 딸은 반송장이 된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먼 길을 떠납니다.

지옥을 지나 저승을 향해 불길과 가시길을 걷고 또 걷고

노래로 다 할 수 없는 고난과 고난을 겪은 뒤

10년의 세월 끝에 약수를 얻어 아버지의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바리

이 꼴을 원했었지 비참한 저 모습

무릎을 꿇고서 내게 비는 저 모습

이 꼴을 원했었지 하찮은 저 모습

용서를 빌면서 후회하는 저 모습

 

강림

왕은 공주님의 효심을 칭찬하며 많은 재물을 내리겠노라 하셨지만

공주님께서는 그 모든 것을 뒤로한 채 다시 저승으로 내려오셨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바위처럼 발 묶여 오는 많은 혼들을 보셨지요.

 

바리

나의 지옥은 저들의 지옥에 비할 바 없이 초라하고

나의 눈물은 저들의 눈물에 비할 바 없이 작아 덧없구나

 

강림

그렇게 나의 아픔을 넘어

세상 만인의 아픔을 껴안으신 공주님께서는

버려진 영혼을 돌보는 이곳,

천도정의 신이 되셨습니다.

 

바리

무엇이 이들 버렸을까

수많은 말들 여기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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