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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림

하늘과 땅이 갈라진 날

세상은 셋으로 나뉘었네

신들의 세상과 산 자들의 세상

그리고 바로 여기

이렇게 많은 신들을 모시고 하는 재판은 처음인지라 제법 신선하네요.

이 둘은 저를 도와 이 재판의 보조자 역을 수행할 차사 월직, 차사 일직입니다.

본디 이승에서 숨진 인간의 혼백은 저희의 인도를 따라 삼도천을 건너

저승의 왕이신 염라대왕의 앞으로 나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야 천당이든 지옥이든 아니면 환생을 하든 다음 길로 나아갈 수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꼭 한 번씩 가라는대로 가지 않고 이 저승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원귀들이 나온단 말이죠.

이 원귀들이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다들 천지가 당부한대로 못 살았어.

월직차사

누구나 사랑으로 살라

사랑만이 이 세상의 진리

일직차사

사랑으로 싹 틔워 살라

사랑만이 이 세상의 질서

강림

이 법을 어기는 모든 이는 다 유죄니라

셈 없이 공평히 사랑하라 모두가

이곳 천도정은 길 잃은 원귀들을 끌어내는 공간이니,

저는 My Boss 염라대왕의 명을 받아 망자들을 인도하기 위해 이곳에 있습니다.

자, 이제 오늘의 주인공을 소개하겠습니다. 아버지를 살해하고 아우를 해쳤다고 주장하는 원귀, 홍련입니다.

아, 참관인들께서는 이 혼백을 이렇게 알고 계신 분들도 있겠군요. 장화홍련 사건의 피해자 중 한 사람이라고.

홍련

너희들 질서에 난 오류며 문제

상처 없이 곪은 살

날 갖고 놀기 위한 이 재판

결관 너무 뻔히 보여

그저 웃음만 나오네

강림

이제 이 재판의 주관자이시자, 천도정의 주인께서 등장하실 차례이군요.

망자들의 길잡이 신이시자, 위로의 신이신 바리공주님께서 등장하십니다.

바리

죽은 자의 상념이 범람할 때

문장은 흩어져 낱말로 섞이고

죽은 자의 공허가 곪아갈 때

생각은 뒤엉켜 흐르지 못하네

상념 속 또렷한 감정은 기억을 부수고

공허 속 적막한 비명은 환각을 부르네

침몰하는 눈물, 시끄러운 침묵

길을 잃은 애원을 씻을지니

가지런한 혼란, 덩어리진 조각

모두 다 씻어내리

강림

오늘따라 기분이 안 좋아보이십니다.

바리

요즘 들어 원귀들에게는 자애가 필요없다느니 어쩌니 하면서, 내 일을 우습게 여기는 것들이 있어서 말이야.

강림

저는 그저 원귀를 소멸시켜 저승의 질서를 따르고자 하옵니다.

바리

들어라. 이 재판은 천도정이 망자를 위해 여는 마지막 재판이 될 것이다.

하늘과 땅이 갈라진 날

세상엔 질서가 생겼네

사랑으로 살 것

귀하게 서로를 사랑할 것

바리 강림 월직차사 일직차사

아낌없이 공평히

홍련

난 문제

바리 강림 월직차사 일직차사

어김없이 사랑을

홍련

난 오류

바리 강림 월직차사 일직차사

이 질서 어기는 모든 이 유죄

홍련

나를 봐

바리

사랑만이 이 세상의 질서

바리 강림 월직차사 일직차사

사랑만이 세상의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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