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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슬생입니다. 오늘은 <뮤지컬 하데스타운> 세번째이자 마지막 관람을 하고 왔어요. 이전 포스팅들에서 공연에 대한 정보는 두 번이나 다루었으니 오늘은 중복되는 내용은 제외하고 느낀 점만 간략하게 다루고 끝내려고 합니다.

 

먼저 2022년 02월 20일 14시 공연 캐스트입니다.

오르페우스 - 조형균

헤르메스 - 강홍석

페르세포네 - 김선영

에우리디케 - 김수하

하데스 - 김우형

운명의 여신 - 이지숙, 이아름솔, 박가람

 

오늘 제 자리는 3층 2열 우측 사이드였어요. 더 좋은 자리에서 보고 싶었지만 다른 공연들 티켓팅 때문에 통장이 텅텅 비어서... 3층이라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엘지아트센터니까 한 번 믿어보자는 마음으로 공연장으로 향했습니다. 역시 엘지아트센터는 과학... 정말 어딜 가도 괜찮은 공연장이 이 곳 말고 또 있을까요? 3층임에도 불구하고 시야 정말 좋고, 음향은 개인적으로 1층보다 더 나았던 것 같아요.

오페라글라스가 없다면 배우분들 표정을 자세히 보기는 좀 힘든 거리이긴 하지만, 무대 전체가 한눈에 들어와서 또 다른 느낌으로 공연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1층에 있을 때보다 조명이 굉장히 돋보입니다. Wait for me 때 감동이 두 배..

개인적으로 같은 극을 여러 번 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 제가 3번이나 관람하게 된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작품의 디테일 함인데요. 모든 캐스트의 동선부터 표정, 대사 그리고 행동까지 굉장히 디테일하다고 느껴졌어요. 어떤 장면에서 어느 누구를 봐도 공연보는 맛이 있고, 깨알같은 디테일들을 찾는 재미가 있습니다. 오늘은 공연에서 좋았던 점과 더불어서 하데스타운에서 제가 찾아 본 디테일들을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봤던 디테일들

※ 사진들은 풀린 영상 중에 그나마 관계있는 장면 위주로 찾아왔어요 :)

설컴은 빨리 DVD를 출시해라...

 

출처 - 하데스타운 하이라이트 영상 캡처, 이하 동일

Livin' it Up On Top에서 에우리디케 머리에 꽃을 달아주며 입 모양으로 예쁘다고 말해주는 페르세포네.

 

흥이 나서 이상한 춤을 추는 헤르메스와 그 춤을 따라하는 에우리디케, 오르페우스.

 

Waydown to hadestown에서 에우리디케가 의자에 앉으려다가 실수로 넘어질 뻔 하고, 이후에 뒤돌아서 오르페우스와 꽁냥꽁냥 이야기하면서 웃는데 너무 달달..

 

하데스에게 기차표를 받을 때 처음엔 한 손을 내밀다가 받지 못하자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받아가는 에우리디케의 귀여운 모습.

 

Flowers 시작부터 눈물이 그렁그렁하더니 코가 빨개질 정도로 울면서 감정을 폭발하는 에우리디케.

 

Chant 2 마지막에 하데스가 불러! 라고 크게 소리치자 겁먹어서 다리까지 부들부들 떨며 손으로 바지를 꼭 쥐는 오르페우스의 모습.

 

하데스와 페르세포네가 왈츠를 출 때 눈물을 흘리는 페르세포네와 끝나고 그 눈물을 닦아주는 하데스.

 

Epic 3 끝나고 오르페우스의 눈물 콧물 닦아주는 자상한 헤르메스의 모습. 약간 애 아빠같은 느낌...?

 

헤르메스가 오르페우스에게 조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을 때 오른쪽 구석에서 꽃 냄새를 맡고 있는 하데스.

 

Wait for me Reprise에서 에우리디케가 노래할 때 '뒤돌아보지 말자... 절대 뒤돌아보지 말자..' 라고 중얼거리며 되뇌이는 오르페우스.

마지막에 첫 장면으로 돌아와서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가 마주쳤을 때 그리워 하던 사람을 다시 본 듯한 표정과 감정선.. 너무 슬프다..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는 발코니에서 뭘 하고 있었을까?

 

도미노 게임을 하는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1막 초반에 무대 윗층 발코니에 하데스와 페르세포네가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앉아 있습니다. 그동안 이 둘은 뭘 하고 있었을까요? 바로 도미노 게임! 우리가 흔히 아는 블록을 넘어뜨리는 게임이 아니라, 미국식 도미노 게임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고스톱 같은 느낌?

뉴올리언스에서 많이 하는 게임이라고 하는데,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배우들은 이 장면을 위해서 실제 게임 룰을 배웠다고 합니다. 여기서 김선영 배우가 이야기한 재밌는 일화가 있는데, 게임을 할 때 하데스들 성격이 나온다고 하네요. 양준모 배우는 성격이 급해서 빨리 진행하고, 김우형 배우는 답답할 정도로 늦게 두기도 한답니다. 지현준 배우는 속도를 잘 맞춰준다고 하네요. 이런 걸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요.

 

 

배우들만 볼 수 있는 무대의 디테일?

 

배우들만 볼 수 있는 무대 장치 디테일이 있다는 사실 아셨나요?

 

출처 - 에스앤코 트위터

에우리디케들의 인터뷰에서도 나왔는데, 하데스타운으로 가는 문이나, 무대 벽면 심지어 뒷쪽까지 디테일들이 엄청나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김수하 배우가 잠깐 소개해주는 영상이 있어서 가져와봤어요.

 

무대에서 안보이는 곳까지 이런 디테일을 챙기다니.. 진짜 멋진 것 같습니다.

 

 

하데스타운으로 향할 때 죽음을 맞이한 에우리디케

 

에우리디케 머리에 있는 깃털

에우리디케가 하데스에게 동전(하데스타운으로 가는 기차표)을 받고 하데스타운으로 내려가기로 결심했을때 에우리디케 머리에 있는 깃털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Road to Hell 리프라이즈에서는 다시 생기는데요. 개인적으로 깃털을 생명에 빗대어서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동전을 두 눈에 가져다대는 에우리디케

하데스에게 받은 기차표는 동전 두 닢입니다. 이 동전을 에우리디케가 두 눈 위에 살짝 갖다대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서양 장례문화에 죽은 자의 입이나 두 눈 위에 동전을 올려놓는 풍습이 있다고 하네요. 지하세계로 가는 스틱스 강의 뱃사공에게 주는 뇌물로 쓰라는 의미였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에우리디케의 죽음을 암시하는 부분이죠.

 

출처 - 에스앤코 트위터

그리고 GONE, I'M GONE 넘버에서 에우리디케가 하데스타운으로 향하는 기차를 탈 때 검정 베일을 내려 얼굴을 가리는 운명의 여신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장례식에 갈 때 검은 색 옷을 입죠. 검은 상복은 죽은 사람을 멀리하려는 목적으로 입는다고 합니다. 검은 옷을 입고 있으면 죽은 사람의 영혼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해 쫓아오지 않는다고 믿었던 사람들은 장례식에서 영혼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검은 베일로 가리기 시작했어요. 운명의 여신들이 베일을 내리는 것은 이 장면이 에우리디케의 장례식임을 의미하는 것이죠.

더불어 해당 장면에서 촛불을 끄는 헤르메스의 모습, 지옥으로 내려간 뒤에 페르세포네의 의상 역시 검은 색(=상복)인 것도 같은 맥락의 해석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상에 숨겨진 의미
오르페우스 '바지'의 변화

 

출처 - [좌]플레이빌/[우]에스엔코. 이하 모두 동일.

오르페우스의 바지는 똑같은 모양으로 2개를 제작하였다고 합니다. 하나는 심하게 낡은 바지, 나머지는 완전히 망가진 바지인데 이러한 의상의 변화는 하데스타운으로 가는 오르페우스의 험난하고 어려운 과정을 나타낸 것이라고 하네요.

 

주목해야 할 헤르메스의 '소매'

 

헤르메스의 의상 컨셉은 날카로움 속에 숨겨진 위트 그리고 날개인데요. 오랜 고민 끝에 헤르메스의 재킷 양쪽 소매에 은색의 꽃잎이나 잎사귀 장식이 달린 깃털을 달아 눈에 띄면서도 위트 넘치는 지금의 헤르메스 의상이 완성되었다고 하네요.

 

페르세포네가 가진 두 벌의 '드레스'

 

페르세포네의 등장과 함께 선보이는 초록색 드레스는 봄이자 여름, 사람들에게 가져다주는 생명과 희망을 뜻하며 지하 세계의 여왕이 입는 검은색 드레스는 억압과 폭발이라는 상반된 두 개의 조합으로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운명의 여신 '비대칭' 드레스

 

여신들의 의상은 마치 바람처럼 움직이고 노래하는 듯 보이는데요. 비대칭으로 만들어진 의상은 각각 다른 패턴으로 염색했으며 실크 쉬폰과 은색 슬립을 사용해 매끄럽고 윤기나 보이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속박을 모티브로 하는 하네스도 착용했는데 이는 신들의 세계에서 운명의 여신이 지닌 위치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하네요.

 

'기억'을 바탕으로 완성된 에우리디케의 의상

 

연출 레이첼 챠브킨은 에우리디케에게 가장 공감하며 캐릭터에 대한 표현과 의견을 가장 강하게 표출했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 자신이 입었던, 입고 싶었던 옷을 떠올렸으며, 18살의 레이첼을 알고 있는 의상 디자이너 마이클 크라스는 서로가 기억하는 공통의 과거를 바탕으로 에우리디케의 의상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권력'이 함축된 하데스의 의상

 

신이자 자본가로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하데스의 의상은 검정과 은색의 실을 사용했습니다. 미국 카우보이 특유의 으스대는 느낌과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뱀의 특징을 활용해 그의 부츠와 **슬리브 가터는 뱀 가죽처럼 보이게 제작했다고 하네요.

 

* 그리스 신화 속 뱀 : 삶과 죽음의 영역을 오갈 수 있는 뱀의 능력과 연관 지어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무서운 존재로 여겨짐

** 슬리브 가터 : 셔츠의 소매 길이를 조정하기 위해 쓰는 띠 모양의 도구

 

모두 '똑같은' 옷을 입은 일꾼들

 

하데스타운에서 일하는 일꾼들이 동일하게 착용한 의상은 억압적인 속박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가슴에 두른 붕대와 같은 띠와 머리에 꼭 맞게 쓴 모자는 이들의 자유와 개성을 부정하며 익명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하네요.

 

 

페르세포네가 하데스타운에 가기 전 추는 춤의 의미

 

출처 - 에스엔코 트위터. 이하 모두 동일.

헤르메스를 따라 행렬을 이뤄 추는 춤은 모두가 페르세포네를 기리고 그녀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하나되어 축하하는 순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데스가 에우리디케를 카나리아라고 불렀던 이유

 

결국 하데스가 바라보는 에우리디케는 광산에서의 카나리아 역할과 같이 하데스타운에서 일꾼들을 돕는 또 하나의 일꾼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오늘은 이렇게 하데스타운에 대한 디테일한 부분까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정리하면서도 공연에 대한 아쉬움과 여운이 깊게 남았던 것 같아요. 2월 27일을 마지막으로 당분간 만날 수 없게 되는데, 빠른 시일에 다시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다음에도 더 멋진 공연 소식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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