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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앨범 구성

 

먼저 겉면입니다. 표지 사진이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어요.

조각집이라는 이미지와도 잘 맞는 것 같고... 크기는 220 X 260mm.

 

첫 번째 구성품은 포토카드. 그동안 내왔던 앨범들이 모두 수록되어 있네요.

카드 앞면은 앨범 사진과 제목, 뒷면은 트랙리스트가 적혀있습니다.

 

두 번째 구성품은 바로 DVD와 블루레이 디스크. 1시간 3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로 구성 되어있어요.

그동안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내용과 인터뷰들을 보니 추억도 새록새록하고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세 번째로 포토북. 160page 분량이고, 미공개 셀카들이 많이 들어있어서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했던 구성입니다. 맛보기로 몇장만 가져왔어요.

 

스무 살
스물한 살
스물두 살
스물세 살
스물네 살
스물다섯 살
스물여섯 살
스물일곱 살
스물여덟 살
스물아홉 살

네 번째 구성은 다큐멘터리 인터뷰에요. 영상 속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

 

다섯 번째 구성은 포토카드 홀더.

 

처음 소개한 포토카드들을 아마 여기에 넣으라고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여섯 번째로 시크릿 레터. 처음 볼때는 검정색 바탕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영상처럼 이렇게 드라이기로 열을 가하면 숨겨져있던 메시지가 드러납니다!

 

일곱 번째로 포스터가 수록되어 있는데요. 그동안의 활동 연대기와 라일락 화보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마지막 구성은 조각집 앨범인데요. 종이 봉투안에 가사집, CD, 포토카드가 들어있습니다.

 

먼저 포토카드. 총 3종류가 들어있어요.

 

CD에 삐뚤빼뚤 적혀있는 글씨들이 귀엽네요.

 

드라마

정거장

겨울잠

러브레터

그리고 가사집까지. 전체적으로 구성이 굉장히 알차다는 느낌을 받아서 좋았어요.

 

2. 앨범 정보

 

2021년 12월 29일 발매된 아이유의 스페셜 EP.

그동안 팬들에게 들려주고 사랑받았던 곡들을 정식으로 발매한 앨범.

 

구태여 바깥에 내놓지 않았던 내 이십대의
그 사이사이 조각들

3. 트랙리스트 및 추천곡

1. 드라마 ☆추천☆

 

스무 살에 썼던 곡이다. 실연을 하고 며칠 동안 사랑에 대해 몹시 비관하던 내 친구를 잠시나마 웃게 해주고 싶어서 만들었다. 발매를 하진 않았지만 매년 콘서트 앵앵콜 시간에 빼놓지 않고 불렀던 만큼 이 곡에 대한 애정이 크다. 종종 비슷한 감성의 곡을 써보려고 시도해 봤지만 이미 나에게 지나간 챕터를 흉내만 내는 것 같아서 그만뒀다.

공연장에서 부를 때는 현장감을 받아 수월하고 경쾌하게 불렀던 것 같은데 레코딩은 역시 다른 영역이라는 걸 이 곡을 녹음하며 새삼 느꼈다. 이번 녹음 중 캐릭터를 찾느라 가장 고생한 곡이다. 공연장에서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따로 편곡을 하지 않았다.

‘드라마’라는 곡의 존재를 잊지 않고 10년 동안이나 굳세게 정식 발매를 요청해 준 나의 팬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처음이라 잘 해내 보이고 싶어 피가 끓었던 ‘내 손을 잡아’와, 어느새 제법 미끈한 여유가 생겼던 ‘금요일에 만나요’ 사이에 ‘드라마’가 있다. 내세우고픈 욕심은 없었으나 내 마음에는 꼭 들게 맞아서 꽤나 소중하게 간직했던 이 곡이, 어쩌면 이번 소품집의 이유이자 주제이기도 하겠다.

 

 

 

2. 정거장 ☆추천☆

 

스물다섯에 쓰기 시작해서 완성은 스물여섯에 했다.
원래 붙어서 태어난 음악인 듯, 가사와 멜로디가 동시에 떠오르는 곡들이 있는데 나에겐 오랜만에 이 곡이 그랬다. 그런 곡들은 어쩔 수 없이 편애를 받는다. 공들인 구성이나 특징적인 코드웍은 없지만 숨 쉬듯이 1절을 써놓고 나자마자 난 이 곡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근데 그래놓고 까먹었다. ㅎ

그러다가 1년 후 ‘나의 아저씨’에서 ‘지안’이라는 인물을 만났고, 자연스럽게 그 인물에 대입해 2절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 언제라는 확실한 계획은 없었지만 언젠가는 꼭 발매하고 싶은 곡이었다. 스토리텔러로서보다도 탑 라이너로서, 어느 곡보다 이 곡에 나라는 창작자의 가장 중심적인 감성이 담겼다고 생각한다.

이 곡만 유일하게 가이드 버전 보컬을 섞어 사용했다. 3년 전의 목소리와 지금의 목소리가 함께 담겨 있는 것이다. 그때는 담담했는데 지금의 나는 이 곡을 대할 때 좀 더 호소하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이제 와서는 이미 지나간 이야기여서 그런 걸까. 지은과 지안의 사이 ‘정거장’이 있다. 정거장 하나만큼의 거리가 둘을 이었다.

 

 

 

3. 겨울잠 ☆추천☆

 

한 생명이 세상을 떠나가는 일과, 그런 세상에 남겨지는 일에 대해 유독 여러 생각이 많았던 스물일곱에 스케치를 시작해서 몇 번의 커다란 헤어짐을 더 겪은 스물아홉이 돼서야 비로소 완성한 곡이다. 사랑하는 가족, 친구, 혹은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서 맞이하는 첫 1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으로 써 내려갈 플롯이 명확해서 글을 쓰기에는 어렵지 않은 트랙이었지만 그에 비해 완성하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너무 직접적인 표현을 쓰고 싶지도, 그렇다고 너무 피상적인 감정만을 담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녹음 시간이 가장 길었던 곡이다. 평소 레코딩에서는 최대한 간결한 표현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이 곡은 굳이 감정을 절제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리움을 극대화하고 싶은 마음에 곡의 후반부가 아닌 중간 인털루드에 전조를 감행하는 나름의 과감한(?) 편곡을 시도했다. 다른 곡들과는 달리 피아노 기반의 곡으로 담은 것도 그 이유에서다.

내 세상에 큰 상실이 찾아왔음에도 바깥엔 지체 없이 꽃도 피고, 별도 뜨고, 시도 태어난다. 그 반복되는 계절들 사이에 ‘겨울잠’이 있다. 이 노래를 부르면서 이제는 정말로 무너지지 않는다. 거짓말이 아니란 걸 그들은 알아주겠지.

 

 

 

4. 너

 

스물네 살, 집에도 못 가고 산골에서 며칠간 드라마 촬영을 하다가 윗집 사는 친구가 너무나 보고 싶어서 끄적였던 곡이다. 당시 촬영 중이던 사극 드라마에 십분 몰입해 멀리 있는 님에게 보내는, 닿을지 어떨지 모르는 연서를 보낸다는 설정으로 한 줄 한 줄 애틋하게 가사를 썼던 기억이 난다.

이 곡을 수록할까 말까 오래 고민했다. 수년 전, 팬들에게 이 노래를 발매할 생각이 없다고 언질을 해놓았기 때문에 이미 내 머릿속에서는 닫힌 일이었다. 그러다 최근 어느 날, 유튜브를 배회하다가 오랜만에 이 곡을 다시 듣게 됐는데 그 게시물의 댓글을 보고 이 곡을 기다리는 팬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게다가 진심 하나로 썼던 곡이라 그런지 그 안에 담긴 가사들이 여전히 내 마음에 와닿았다. 수록에 대해 확신이 없는 상태로 5년여 만에 이 곡을 녹음실에서 다시 불러보는데, 신기하게도 첫 소절부터 탁 붙었다.

가수 생활 14년동안 유일하게 음악 활동을 쉬었던 해에 유일하게 팬들에게 들려줬던 곡이다. ‘챗셔’와 ‘팔레트’ 사이 느릿느릿 조용하게 흘러가고픈 ‘너’가 있다. 아마 내가 작업한 곡들 중 가장 음절이 적은 곡일 것이다.

 

 

 

5. 러브레터

 

스물여섯에 스케치하고 스물여덟에 완성해 ‘무려’ 다른 아티스트에게 주었다. 작곡을 시작한 이래 타 아티스트가 내 곡을 부른 것은 처음이었다. 작년 KBS 스케치북에 출연해 이 노래를 부른 것이 인연이 되어 내가 좋아해 마지않는 아티스트, 정승환 씨와 함께 작업하게 됐다. 작업 당시 안테나와 승환 씨에게 간략히 이 소품집에 대해 미리 설명하고 음원 발매에 관한 동의를 얻었다. 노부부 중 먼저 세상을 떠나는 쪽이 남게 되는 다른 한쪽에게 남기는 마지막 연애편지라는 설정으로 가사를 썼다.

정승환씨의 버전이 담담하고 세련됐다면 내 버전의 러브레터는 좀 더 정공법으로 풀고 싶었다. 편곡은 동화 같고 아기자기하지만 가창 자체는 단단히 하려 했고 비교적 수월하게 녹음했던 곡이다. 또 가사 중 가장 많이 반복되는 ‘다오’ 들을 파트마다 조금씩 다르게 연기해 보려고 노력했다.

마지막 문단에 ‘어디보다 그대 안에 나 머물러 있다오’라는 가사는 내 정규 5집 앨범 <LILAC>의 마지막 트랙 ‘에필로그’의 씨앗이 되어준 문장이다. 오랫동안 날 알아 왔고, 알고, 더 알려고 해준 나의 고마운 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소설과 편지 사이, 나를 사랑해주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을 눌러 쓴 ‘러브레터’로, 이 소품집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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